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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AV 여배우

타카스기 마리, 소녀가 울었던 그날의 밤 [上]

by 정칼럼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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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대에 화제를 만든 AV 남배우, 시미켄

유행이 있었다. 2019년 1월에 AV 남배우 시미켄(しみけん)이 한국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이 소식은 언론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가 됐다. 시미켄은 18일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와썹맨(GOD 멤버 박준형의 유튜브 채널)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36일 만에 30만 명)을 가볍게 깨버렸다.

 

시미켄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가 됐다. AV 제작 및 유통이 불법이나 다름 없는 대한민국 땅에서, 시미켄이 알려주는 정보는 모든 게 신선했다. 그가 말하는 AV 제작의 비화, AV 배우와의 에피소드, 성(性)에 대한 지식들이 유튜브라는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한국 땅에 전해졌다.

 

시미켄은 '한국 유튜브 진출'이라는 일시적 유행을 만들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이 대박을 치면서 오구라 유나(小倉由菜), 츠보미(つぼみ)가 차례로 한국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본인은 이 두 사람의 내한 팬미팅 기획을 총괄하는 동시에 몇몇 AV 배우의 유튜브 콘텐츠 기획, 대본 작성을 돕고 있었다. 마, 같이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기, 우에노(上野, 일본 도쿄도 타이토구(台東区)에 있는 지명)에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 여자애가 하나 있는데요. 한국 관련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합니다. 한 번 만날 수 있겠습니까?"

 

현 일본 AV 업계의 대어, 아이자와 미나미
사키 노노카, 아이자와 미나미, 타카스기 마리

'A' 사장과의 약속이었다. 'A' 사장은 히로노야잇카(平野家一家)의 나카지마구미(中島組) 조장 출신이었다.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산하 조직인 히로미치카이(弘道会) 감사(監事, かんじ)로서 나카지마구미 2대 조장에 올라 도쿄 사업 전반을 담당했다. 그가 과거를 씻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게 AV 사무소였다.

 

당시 그는 원톱에 아이자와 미나미(相沢みなみ), 중견에 사키 노노카(咲野の花), 신인으로 스즈모리 레무(涼森れむ)를 내세워 업계에 영향력을 늘리고 있었다. 특히 아이자와는 '판자 어덜트 어워드(FANZA Adult Awards)'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아이자와(相沢)'라는 성씨는 'A' 사장의 실제 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거다.

 

'A' 사장과 대화하던 도중 그가 처음 말했던 '우에노의 한국 좋아하는 여자애' 얘기가 나왔다. 한국 음악을 달달 외우고,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댔다. 최근에는 배우 활동을 잠시 쉬고 있어서 여유 시간도 많다고 했다. 미팅 약속을 잡았다. 이 여자애가 바로 타카스기 마리(高杉麻里)였다. 

 

*'A' 사장은 같은 해 11월, 만 3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영면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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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다와 마리, 알고 보니 두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약속 장소는 롯폰기 알몬드(アマンド 六本木店)라는 케이크 가게였다. 마리의 소속사를 소유하고 있는 'K' 회장이 매니저 한 명과 함께 직접 가게에 나타났다. 마리는 기획단체여배우(企画単体女優, 이하 키카탄)인데다 활동도 쉬고 있던 중이라 대중교통을 타고 오느라 늦는다고 했다.

 

'K' 회장은 원래 한일을 양국을 오가며 이런저런(?) 일을 하던 사업간데 최근엔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L'의 일본 에이전시를 진행하고 있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면서 후카다 에이미(深田えいみ) 얘기가 나왔다. 후카다 파워가 한일 양국을 뒤집어 놓고 있을 때였다.

 

후카다는 본디 아마미 코코로(天海こころ)라는 이름으로 AV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그녀는 대한민국 모 성형외과에서 전신 성형 수술을 감행, 강남 언니로 다시 태어났다. 판자 월간 랭킹을 씹어 드시던 포스, 후카다 공장장의 탄생이었다.

 

회장은 후카다의 변신에 큰 기여를 했다. 병원을 연결해줬고 일정을 조율했다. 심지어 '후카다 에이미'라는 이름도 회장의 작품이었다. 그는 그녀를 포스트 아스카 키라라(明日花キララ)로 만들고 싶어 했다. 뭐, 지금 보면, 어느 정도는 그렇게 이뤄낸 듯싶다.

 

아무 오버 안 보태고, 그냥 이런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참 후카다 얘기를 서로 떠들고 있는데, 매니저 표정이 잠깐 굳었다가 펴졌다. 마리가 들어왔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170 센티미터는 돼 보이는 키 때문에 놀랐다. 쑥스러움이 굉장히 많아 보여서 누가 봐도 평범한 스무 살 대학생 같았다는 점도 특이했다.

 

한국 유튜브를 왜 하려고 하는지, 내가 어떤 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어떤 부분이 궁금한지 등을 묻고 들었다. 마리는 시종일관 뻘쭘한 듯 웃어댔다. 한국 유튜브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이 좋아서 하고 싶다"는 게 전부였는데, 이점이 대단히 이례적으로 들렸다(보통은 이렇지가 않다).

 

이게 마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 한국 팬미팅 기획을 준비하던 이가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후카다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상기한 오구라였다. 주최사가 될 한국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은 '친한파 총선'이라는 투표를 통해 연말 팬미팅의 주인공을 정하려 했다. 시기가 나쁘지 않았다.

 

나는 한국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한국 대중의 성향, 패턴 분석 그리고 후에 있을 몇몇 콘텐츠에 한한 기획의 협력 등을 약속했다. 그리고 당시 한국에 퍼져 있던 반일 감정에 대해서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지 말라고 전했다. '친한파'라는 카테고리는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 있다고도 설명했다.

 

헤어지기 전, 마리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데 방탄소년단 케이스였다. "이 친구, 혼모노(本物) 구나"

 

[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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